MTB

울릉도 자전거 여행[Ⅳ] <여행 3일차>(2016.8.1)

맑은샘 2016. 8. 3. 12:49


▲▼포세이돈 모텔 룸에서 내려다본 저동항과 촛대바위

  셋째날 일정은 당초 제1안으로 성인봉 등산을 생각했지만 왕복소요시간이 5~6시간으로 자칫 배시간을 놓치는 위험성이 있어 제외하였다. 제2안으로 새벽에 해안산책로를 이용하여 일출구경을 하고 아침식사 후에 자전거로 이동하며 도동방면의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계획하였으나 다소 무리라는 판단이 되어 취소하였다. 최종 선정된 제3안은 「저동항 ~ 행남등대 ~ 도동항 ~ 독도전망대 ~ 봉래폭포」를 트레킹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포세이돈 모텔은 다소 이용료가 비싼 편이다. 그 대신 울릉도에서는 시설이 꽤 괜찮은 축에 든다. 우리가 묵은 7층에서 항구방향으로 내려보는 전망이 매우 아름답다. 일출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일출시각은 05:20경, 새벽 일찍 잠에서 깨었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잔뜩 흐렸다.

▲▼ 맛과 인정이 느껴지는 곳(정애식당)

  자전거와 배낭 등 모든 짐을 모텔 창고에 보관하고 트레킹 채비를 하여 숙소를 나선다. 어제 저녁식사 장소 “삼정****”에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을 경험한 바가 있었기에, 아침식사 장소로 다른 소문난 맛집 “정애식당”을 들어서는데 어제 저녁의 기억이 살아나서 다소 불안한 심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우리 일행들도 썩 내키는 기분은 아닌 듯하였다. 방안으로 들어가 “오징어내장탕”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낯익은 인물이 막걸리 병을 들고 들어온다. 다름 아닌 부르터스(또는 장비)를 연상케 하는 눈이 부리부리하고 유머 넘치는 옆집 “대박횟집” 주인이 아닌가. “웬일이십니까?”하고 물었더니, 서로 이웃하며 형님 아우하고 절친하게 지내는 사이라고 한다. 서로 손님들도 소개해주고 식탁 자리도 서로 공유하며 상생하는 관계란다. 그리고 여행 첫날 점심식사 메뉴 “홍합밥과 오징어내장탕”도 “정애식당”에서 공수해 온 것이라고 한다. 아! 이웃간에 이렇게 공생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인정 넘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유토피아가 따로 있을까, 이런 세상이 바로 천국이 아니겠는가. 이웃간에 시기하고 질투하고 반목하며 지내는 다른 세상과 얼마나 비교가 되는가. 잠시후 한상 가득 밑반찬이 진열되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시원하고 담백한 오징어내장탕에 해장하며 오전 일정을 시작한다.



▲후덕한 모습의 여사장님(딸 이름이 정애란다)

▲"정애식당" 옆의 "대박횟집", 서로  형님 아우 하며 의롭게 지내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동항에서 해안산책로를 따라 행남등대로 갈 수 있었는데 해안 암벽이 무너지는 사고로 구간폐쇄된 상태라고 한다.(여행 계획단계에서 미리 울릉도 여행안내소에 전화 문의를 통해 정보를 입수함. 이런 정보가 없었더라면 중간에서 되돌아 나와야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을 것임) 따라서 저동에서 행남등대 가는 길은 옛길(산길)을 이용하고 행남등대에서 도동항까지는 해안산책길로 가기로 하였다.



▲▼저동~행남간 옛길에서 저동항을 배경으로




 ▲▼소라계단 위에서 저동항(촛대바위) 방면의 해안 산책로

 행남등대로 가는 옛길은 울릉도 산세가 그러하듯 업다운이 심하다. 그래도 자전거 라이딩 보다는 한결 가볍게 이동할 수 있다. 오솔길 좌우로 대나무숲 터널을 이루기도 하고 동백나무와 거목으로 자란 해송들이 즐비하니 걷는 길이 운치롭고 감미롭다. 어느새 행남등대 방면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왼쪽으로는 저동항(촛대바위)으로 가는 해안길이 나오는데 50m 정도 들어가면 해안산책길로 내려가는 소라계단을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서 저동항(촛대바위)까지 이어지는 암벽, 해안길, 무지개다리가 조화롭게 어울어져 마치 대규모 조형 예술작품을 설치해 놓은 듯하다.






▲▼행남등대 전망대에서 저동항을 배경으로














▲▼행남등대~도동항 간의 해안산책로에서





  행남등대를 다녀와서 도동항으로 이동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기암괴석과 바다가 어울어지는 비경은 울릉도 여행에서 빠져서는 않될 필수 코스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발길을 재촉한다.









  다음 목적지는 독도일출전망대, 도동항에서 연결되는 세갈래 길이 있는데 왼쪽 길을 따라 800m 정도 올라가니 케이블카 탑승장이 나온다. 그런데 이때쯤 갑자기 안개가 급습하듯 주변 일대를 하얗게 덮어버린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일단 케이블카를 타고 독도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에 오르니 사방팔방 뿌연 안개속이다. 안개가 언제 걷힐지 모르니 체념하고 내려온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조금 걸어 내려오면 오른쪽 돌계단으로 올라 도동약수공원에 들렀다. 물맛을 보니 탄산수처럼 톡 쏘는 것이 오색약수물과 유사하다. 철분이 많아서인지 바닥은 시뻘겋게 산화된 녹이 응고되어 있다.

▲안개자욱한 독도전망대에

  이때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소나기는 피하라는 말대로 일단 약수공원 나무숲 아래서 비를 피한다. 약 10분여 지나니 내리던 비가 잦아들고 이제는 구름과 안개가 걷힌다. 지금 독도전망대에서는 주변 조망이 가능할 텐데 이미 기차는 떠나갔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시계를 보니 마지막 목적지로 생각해 두었던 봉래폭포는 먼 훗날 울릉도를 다시 찾게 되면 그 때 찾아보는 것이 옳겠다는 판단이다. 이제 모든 여행을 이것으로 끝이다. 버스를 이용하여 저동항 숙소로 이동한다.

▲▼독도박물관 아래 공원에서



▲유머와 인정이 있는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 대박횟집 사장님과 함께(아랫배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우렁차다)

  땀에 찌든 옷을 새 옷으로 갈아입고 배낭 짐을 꾸려 자전거에 올라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만찬장(?)으로 향한다. 당연히 아침식사를 했던 “정애식당”이다. “정애식당”으로 들어가도 되고, “대박횟집”으로 들어가도 된다. 어디로 들어갈까 물어보니 대박식당 이층 다락방으로 안내한다. 울릉도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어보지 못했기에 주문메뉴는 “산채비빔밥”이다. 그러면 의당 오징어내장탕은 따라 나오리라. 성공적인 여행을 자축하고자 취향에 따라 소주, 맥주, 막걸리를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니 횟집주인 부르터스(장비)가 한치회 한접시를 들고와 탁자위에 내려 놓는다. 새하얀 한치회 위에는 풋풋한 인정이 가득 쌓여 있다. 우리는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멋쟁이다. 우리 총무님도 감동하여 꽁치 회무침을 추가로 주문한다. 그런 가운데도 감사하게 귀가길 운전을 책임질 분들은 술을 자제하는 절제심을 발휘해준다. 이것이 챌린지팀의 강점이다. 그렇게 울릉도와의 깊은 정을 엮는 동시에 석별의 정을 나눈다.


신비의 섬 울릉도 자전거 여행,

고생스러웠지만 그 이상으로 행복하고 즐거웠다.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일행들의 화합과 배려하는 마음에 존경을 표한다.

동참하지 못한 회원분들의 성원에 감사를 드린다.

챌린지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