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바둑모임 봄나들이(2016.4.30~5.1)

맑은샘 2016. 5. 1. 22:43



▲우이령의 오봉산 전망대에서

▲일영계곡 민박집에서


어제 오늘은 바둑모임에서 일박이일로 가까운 서울 근교에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바둑판을 짊어지고 북한산 우이령 고갯길을 산책하듯 넘어가며 대자연과 호흡하였고, 일영계곡 민박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둑판을 펼쳐놓고 신선놀음 하듯 흑백 바둑알을 두드리며 수담삼매에 빠져들었었다.

바둑을 두는 순간만큼은 세속을 떠난 듯 온갖 잡념으로부터 벗어나서, 반상의 다른 세상에서 상대와 마주앉아 무언의 대화를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승부의 세계를 펼쳐가게 된다.

기초를 다지고, 진지를 구축하고,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가며 펼치고, 때로는 응수 타진도 하고, 타협도 하고, 유리할 경우에는 물러서기도 하고, 불리할 경우에는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게릴라전을 펼치기도 하고, 그리하여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고, 과욕으로 역전 당하여 후회도 하고, 소탐대실하여 반성도 하고, 인내하다가 역전의 기회를 잡기도 한다.

상대를 제대로 만나면 바둑 한판에서 전쟁소설의 주인공처럼 나름의 전략을 펼치고 막상막하의 공방전을 주고받으며 흥미진진한 스릴을 느끼는 멋진 승부를 펼치기도 한다. 대국을 마친 뒤에는 복기를 통해 승패의 원인을 분석하며 진솔하게 반성의 기회를 갖는 것 또한 바둑의 묘미이다.

나름 입에 침이 마르도록 바둑예찬을 펼쳐보았다.

 

나의 바둑모임, “묵석회”, 1994년 11월 4일부터 시작하였으니 어언 22년이 되어간다.

이 모임이 이제는 내 삶의 한자리에 문신을 하듯 뚜렷하게 새겨져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둑 꽤나 좋아하는 열정 있는 직장 동료들 몇 명이 모여 만든 소그룹(소수정예추구?) 모임이다.

당시 내 나이 30대 후반, 지금 생각해보면 실로 파릇파릇하던 나이 아니었던가.

이제는 회원들 중 최고령은 70대, 대부분 60대 중후반이지만, 당시에는 회원들 중에 나이 많은 분이 50대 초반, 대부분 40대 중후반 이었다.

그야말로 활기 넘치던 때라 타 기우회와의 교류전을 자주 펼치고, 프로기사를 초청하여 지도대국 기회도 마련하고, 설악산 비룡폭포 아래 계곡물에 발 담그며 바둑판 펼쳐놓고 동동주 한잔씩 나누며 수담하는 등 풍류를 자주 즐기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활성화되어 회원이 많을 때는 열 명을 넘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게 되니 병마로 세상을 떠나거나 노쇠하여 모임에 나오지 못하게 되는 등 이런 저런 일로 인해 하나둘씩 낙엽 떨어지듯 떨어져 나가고 이제는 단출하게 여섯 명이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멤버분들의 나이를 감안해보면 이제 날이 갈수록 점점 활력이 떨어지게 될 것은 기정사실이다.

바라건데 앞으로도 오랜 기간 동안 서로 만나서 건강하게 수담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간구해본다.